<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목요기도회>
– 믿음은 교리적인 것에 대한 인지적 승인이 아니라 선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하며 싸우는 것입니다.

1.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갑자기 이루어진 기도회였습니다. 아마 목요기도회 담당자가 바뀌면서 인수인계할 때 명확하지 않은 명단이 전해졌나 봅니다. 저희 교회만이 아니라 적지 않은 교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단에 올라가 많이 당황했나 봅니다. 저희도 한 주 전에 연락이 와서 갑자기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소중한 섬김이기에, 원래는 김장하는 날이었지만 하루 미루고 기도회를 주관하였습니다. 6시 시작이라 직장 다니는 분들은 아예 참여하지 못하고 여러 사정으로 너무 적은 인원이 참여하여 많이 미안했습니다.

2. 그래도 큰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세월호 가족들의 얼굴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 보여 감사했습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하박국 2:1-4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3. 개신교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문장이 바로 로마서에 나오는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입니다. 하지만 이 말씀의 본래적 의미가 많이 왜곡된 듯합니다. 본래적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로마서에서 인용하고 있는 구약의 원 출처인 하박국서의 말씀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4. 믿음은 단순히 어떤 교리적인 것을 인지적으로 이해하거나 인정하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믿음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에무나’는 구약성경에서 모두 49번이 사용되어졌는데, 오직 이곳에서만 ‘믿음’으로 번역되었습니다. 히브리어 ‘에무나’의 원래적인 뜻은 ‘견고함’, ‘성실함’, ‘버팀’, ‘인내’, ‘신실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다른 모든 구절은 ‘에무나’를 ‘신실함’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신실함’이란 관계가 요구하는 것에 충실한 것을 의미합니다.

5. 하박국에서 말하는 믿음은 하나님께서 정한 때에 공평과 정의에 대한 약속을 반드시 이루실 것을 신뢰하고 기다리며 인내하고 선한 싸움을 끝까지 싸우는 것입니다. 믿음은 바로 그 선한 싸움을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편안한 자리에서 입술로만 고백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믿음이 아닙니다.

6. ‘정한 때’란 단어는 ‘임신 기간의 마지막 때’를 지시할 때 사용된다고 합니다. 육신의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부모에 의해서 배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처럼 우리의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악인이 형통하고 악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나님의 뜻이 성취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다가 때가 차면 ‘그 일의 결국’이 속히 이르게 됩니다.

7. 따라서 믿음이란 어느 한 순간에 어떤 사실을 인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한 때’가 이를 때까지 공평과 정의의 하나님, 인애와 긍휼의 하나님, 진실하시고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약속을 성취하실 줄 믿고 어떤 환난과 핍박 가운데도 끝까지 버텨내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삶의 방식을 말합니다. 믿음이란 이 세상이 아무리 불합리하게 보여도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께서 통치하고 계신다는 것을 신뢰하는 것이며, 선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공평과 정의가 이루어지는 세상,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는 세상을 이루실 것이라는 것을 신뢰하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8.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이 어떤 수동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로마서보다 하박국서의 본래적 의미를 더 선명하게 인용하고 있는 히브리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히 10:36-38.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하신 것을 받기 위함이라. 잠시 잠깐 후면 오실 이가 오시리니 지체하지 아니하시리라.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또한 뒤로 물러가면 내 마음이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

9. 의인의 믿음은 선한 싸움에서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것입니다. 불의가 판치는데도 수수방관하거나 침묵으로 동조하는 것은 진정한 인내와 기다림이 아닙니다. 그것은 악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거짓 기다림일 뿐이다. 진정한 기다림과 인내는 선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에, 아무리 패배한 것처럼 보여도 눈으로 보이는 것에 굴복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한 때를 향해 일하고 계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고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고 사모하며 고통 가운데 머물면서, 때가 이를 때까지 끝까지 함께 싸워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끝까지 함께 선한 싸움을 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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