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위기를 볼 때, 우리가 고려해 볼 것 중에 하나가 사회 속에서 교회가 외딴섬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교인이 아니라면 발걸음하기 어려운 곳이 교회인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교회가 세상을 선도했던 적이 있었다. 마을이나 지역사회의 구심점으로 교회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그때의 교회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나 모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교회가 소통과 나눔의 장(場)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새 이런 교회를 만나기 쉽지가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카페 교회’들이 등장했다.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교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여전히 교회 문턱이 높은 까닭인데, 그럼에도 더 낮은 자세로 세상을 섬기고자 노력하는 교회들, 교회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는 교회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선교적 교회. 선교적 교회를 구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더불어숲동산교회’에 다녀왔다. _편집자 주

 

화성으로 간 스쿨버스에 참여한 아이들과 함께

 

더불어숲동산교회에 가다
더불어숲동산교회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의 상가빌딩 10층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래도 10층은 사람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이지만 이 교회는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교회 문을 들어서면 곧장 보이는 것이 공정무역 카페 ‘맑은 샘’인데, 아이들과 함께 마실 나온 어머니들과 워크숍 참가자들로 분주하다. 그런데 교회에서 왜 공정무역 카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존의 카페보다는 공정무역 카페를 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카페를 이용하면서 교회 공간 여기저기에 비치된 책도 읽을 수 있다. 이른바 ‘더불어숲 작은도서관’으로 2010년 1월 8월 화성시 작은도서관으로 정식 등록하였는데,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마을서재’와 ‘책놀이터’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모인 책들은 자발적인 기부로 시작되었다. 2014년 10월부터는 대출 시스템을 도입하여 지역 주민은 누구나 책을 빌려 갈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숲 작은도서관은 책만 있는 곳이 아니다. 책이라는 기본 콘텐츠를 바탕으로 다양한 워크숍을 기획하여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여름에 열린 워크숍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그림책 여행’, 유치부를 대상으로 하는 ‘나를 표현하는 창의미술’, 다문화 가정 부모님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를 통한 다문화 교실’ 등으로 소정의 재료비만 부담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들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아냈다.

 

페에라이프센터 책의정원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기도교육청의 주요 사업인 ‘꿈의 학교’에 응모하여 화성시 지역공동체와 함께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학교 밖의 학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경기도 꿈의 학교’는 지역사회나 마을교육공동체가 운영주체가 되어 학생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학교 정규교육과정 외의 교육을 말한다. 학교의 이름은 ‘화성으로 간 스쿨버스’.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각각 탑승하게 된 스쿨버스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입니다. 한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을공동체 교육이라는 새로운 대안적 교육의 패러다임을 형성할 거예요. 그 일환으로 ‘꿈의 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을과 소통하며 마을 공동체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인데, 화성시에 숨은 고수들을 찾아서 배우고, 익히고, 여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교회가 화성시나 경기도교육청의 사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기를 원하는 교회의 지향 때문이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NGO 단체?
앞서 소개된 공정무역 카페나 작은도서관, 마을서재 등은 ‘페어라이프센터’라는 NGO 단체를 정식 등록하여 운영해 왔다. 주요 활동은 카페와 바자회, 벼룩시장 등에서 발생된 수익금으로 해외의 분쟁지역에 도서관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복음은 개인적이고 실존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지만, 개인이 만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그 복음 자체가 사적이지 않고 공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의 공공성이라고 할 때, 교회가 복음의 공공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만들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페어라이프센터’라는 이름으로 NGO 단체를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이런 활동들이 가능했던 것은 하나님이 이끌어 가신 이도영 목사와 임영신 사모의 삶의 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신학대학과 신대원 시절 ‘새날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공동체와 함께 사회변혁과 교회갱신을 위해 활동을 했으며, 신대원 졸업 후에 다일공동체에서 사역을 했다. 이곳에서 임 사모를 만나 결혼했는데, 이곳에서 공동체 운동을 경험하며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군목을 하며 전통교회의 영성을 경험했고, 안산동산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면서 내적 치유와 강력한 성령의 역사를 경험했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이 지금의 교회를 구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는 임 사모의 역할도 상당하다. 임 사모는 평화여행단체인 이매진피스의 공동책임자로 교회의 공공성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페어라이프센터의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목사는 교회의 공동체성을 위한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공정무역 카페 '마을샘' 전경

 

“교회를 개척할 당시 한국 교회의 다양한 영적 전통이 있는데, 이러한 영성이 새로운 시대에서는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와 제 아내에게 한국 교회의 다양한 영적 전통을 경험하게 하셨고, 이러한 경험을 통합하는 교회를 개척하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10년 후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교회를 확장 이전하면서 공정무역 카페 ‘맑은샘’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하나님 나라의 경제에 대한 근사치적인 모델로서 ‘사회적 경제’를 일구어갈 ‘협동조합’ 모델을 적용하고, 조합원으로 주인의식과 참여의식을 높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태어난 ‘더불어숲 사회적 협동조합’은 화성시의 첫 번째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기존의 공정무역카페와 작은도서관 등을 토대로 그 안에서의 다양한 페어라이프 워크숍과 마을학교 등으로 공간을 공유하여 새로운 관계의 그물망을 통해 서로 배우고 돌보는 공동체를 이뤄 가고 있다.
교회의 공동체성과 공공성에 답하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지역과 소통하고, 지역을 섬기고,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결국은 교회의 비전으로 ‘마을 만들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마을 만들기’는 시민단체나 시민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운동이지만, 이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교회라고 생각해요. 교회는 한 지역 내에 있는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잘 결집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이도영 목사는 교회 개척을 하게 되면 많은 고민들을 했다. 이러한 고민들의 흔적들이 더불어숲동산교회에 녹아들어 있다. 교회의 공간 활용이 그 단적인 예다. 예배 공간과 카페, 도서관 등의 공간 등은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는 교회 공간을 빌려 주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 공간 자체가 교회의 것이 아닌 지역의 공유재산이라는 마인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을 비롯한 사회단체 및 조직들이 워크숍이나 공연 장소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지역 사회와 교회가 서로 소통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사회단체들이나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선한 그룹들이 먼저 다가와 연합하는 일도 많아졌다. 교회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피자 만들기 워크숍

 

더불어숲동산교회가 지역 사회에 자리 잡는 데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이라는 지역적 기반 위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이 목사는 ‘지역 사회를 어떻게 섬겨야 할지’를 먼저 고민했다. 화성시는 이주자에 의한 인구 증가가 가장 높은 도시라는 것. 특히 30~40대의 인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십대 안팎의 자녀들이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설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분석하여 교회가 지역을 섬기는 방법으로 교회 공간을 문화 콘텐츠로 준비하게 되었던 것이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경을 보면 내부 그룹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력하게 복음을 증거해요. 선지자적 외침인 것이죠. 하지만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이렇게 접근하지 않아요. 밖으로는 삶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실체를 교회가 보여줄 때, 세상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가십니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때에 온유함과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소망하는 것들을 전할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 믿어요. 그래서 교회 내의 말씀 선포는 비교적 강하게 하되, 밖으로는 부드럽고 온유하게 접근하려 합니다.”

 

지난 세기 한국교회는 산업화와 함께 교회 성장을 목표로 설정해 달려왔다. 폭발적인 성도의 증가와 우후죽순 들어서는 대형교회들이 한국 교회 성장의 열매였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러한 상승세가 주춤하기 시작했고, 21세기 들어서는 감소세를 돌아섰다. 그리고 최근에는 실질적인 한국 교회의 위기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이도영 목사는 교회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며, 그 변화의 중심축이 복음의 본질과 복음의 공공성 회복이라고 말한다.

 

“한국 교회의 위기를 진단한다고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복음의 본질과 복음의 공공성이라고 생각해요. 복음의 본질에 대한 것이 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면, 복음의 공공성은 교회의 적합성이라고 생각해요. 어찌 되었든 교회는 사회의 한 조직을 이루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에게 사회의 일원으로서 적합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교회 개척 초기에 지역 교회로서의 공공성에 대한 역할에 성도들도 의아스러웠던 점이 많았다고 한다. 왜 교회가 공정카페나 작은도서관 등의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 목사는 복음에 대하여, 교회에 대하여 설교를 통해 그리고 개별적 상담을 통해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가졌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일 말씀 선포였어요.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성경 해석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나누는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셀 리더들과의 나눔, 성경공부, 독서 제자훈련 등의 통로를 통해서 교회의 비전을 공유합니다. 비교적 새롭게 교회에 나오게 된 사람들은 ‘교회가 원래 이런 곳인가 보다’ 하며 잘 적응하는 반면, 기존 교회를 경험했던 분들이 어려워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분들도 있었지만, 인내와 기다림 끝에 교회의 비전을 이해하여 지금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_ 김도형 기자

 

공연 '홍순관과 함께하는 평화의 식탁'

링크 : 월간 신앙세계 – 탐방 더불어숲동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