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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환경운동] 긍정적인 세계화를 위한 대안무역(fair trade)
  글쓴이 : 환경정의     날짜 : 05-11-07     조회 : 805
이 행 순 (아름다운가게 대안무역팀)

대안무역은 우선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첫째,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 방식으로 생산자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돌아가는 경제의 효율성. 둘째, 다국적 기업의 주요한 착취요소인 노동력에 대해 정당하고 적정한 배분을 함으로써 사회적 지속성을 담보하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곧 자연의 한 부분임을 자각하는 생태학적 환경개념으로서의 친환경적인 상품생산과 노동환경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고용에 있어 남녀 성차별을 두지 않는 점, 종교 및 인종의 다름으로 차별을 두지 않는 점 등 인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두고 있다.

공정무역, 공정거래, 대안무역 등으로 사용되어지고 있는fair trade는 하나의 movement, 즉 운동이다. 다시 말해, fair trade movement로서 불공정하게 거래되어지는 세계의 시장에 항의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여 fairly traded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그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자는 것으로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유럽에서 발생되었다. 그러기에 대안무역의 무역구조는 식민지였던 적도남쪽의 가난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부유한 적도북쪽의 국가에서 구입하는 기본 구조를 가진다. 남쪽에서는 풍부하지만 판매처를 개척하기가 어렵고, 반대로 북쪽에서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생필품이지만 생산되지 않거나 여러 가지 경제적 이유로 생산이 중단되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중간상인의 농간에 생산자도 소비자도 희생될 수밖에 없는 상품들이 대안무역의 주요상품이다.
세계무역을 주도하는 석유 다음으로 막대한 양이 거래되고 있는 커피가 대안무역의 대표적인 상품으로서 전통적인 노동력 착취의 사례를 잘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봉지(약225g)를 1만원에 구입한다면 커피를 제조하는 기업에서 64%인 6,400원의 몫을 차지하고 커피나무를 심어 첫수확을 하기까지 5년이라는 세월동안 땀 흘린 농부는 단 2%인 2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헐값에 농작물인 커피를 다국적 기업에게 넘기는 것이다. 소비자가 1만원을 지급하고 구입하는 커피 한 봉지에 농부의 몫은 고작 2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계산! 직접 생산자가 그 몫을 정당하게 배분받지 못하고 중계자인 거간꾼들이 누워서 떡먹기 식으로 알맹이를 차지하는 이러한수치가 잘못된 현 세계자유무역구조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순환과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가게에서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운동인 대안무역을 2003년 9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제3세계의 자원과 환경이 무자비하게 착취당하고 고갈되어 가는 상황, 갈수록 심화되어가는 북쪽과 남쪽의 빈부차이로 인해 노동과 문화, 심지어는 인간의 지위까지 평가절하 되고 종속화 되어 가는 현실 등에서 함께 하는 지구인으로서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감과 더불어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행동의 일환으로서 아름다운가게에서 대안무역팀을 발족하게 된 주된 동기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아름다운가게 대안무역팀은 동남아 9개국 30여개 단체를 직접 방문하여 수입한 수공예품을 아름다운가게 매장과 자체 인터넷 쇼핑몰, 그리고 각종 바자회를 통해 전시, 판매해 왔다. 이제 그 영역을 커피와 같은 가공식품으로 까지 확대하는 동시에 아름다운가게 이외의 판매처를 개발하여 진정한 대안무역을 한국사회에 올바르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년간 대안무역의 실무를 담당해 왔던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그동안 느꼈던 생각과 문제들을 언급해 보면 이미 지난 7월 흥사단에서 주최한 공정무역운동에 관한 국제포럼에서 밝혔듯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던 아름다운가게 내부문제와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상황과 깊숙이 관련된 외부문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현지 생산자단체 방문을 통한 초기 샘플링의 비전문성, 초기 옥스팜(Oxfam)에서 시도했다 사업을 정리한 재활용 매장에서의 대안무역 상품 판매방식을 답습한 점, 마지막으로 재활용 상품과 비교되어 상대적으로 비싸게 인식되어진 가격대 등이 내부적인 문제인 반면 외부적인 문제는 보다 근원적이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자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하는 것이다. OECD의 회원국이고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발생한 쓰나미 재앙에 범국민적으로 구호를 아끼지 않던 우리나라가 과연 세계경제에서 선진국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가 하는 질문은 대안무역의 기본구조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곧 세계자유무역에서 우리나라는 피해자인가 수혜자인가 하는 질문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있다. 우리가 피해자라면 대안무역의 생산자그룹에서 활동하며 세계자유무역구조의 부당성을 고발하고 우리의 권익을 얻기 위해 투쟁하며 선진국의 동참을 호소해야 할 것이고, 우리가 수혜자라면 당연히 대안무역의 구매자그룹으로서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제3세계의 상황을 알리고 그 마켓을 넓혀가기 위한 운동에 매진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있다. 과연 우리는 Buyer인가? Producer인가? 아니면, 전례가 없는 경우인 생산자와 구매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자 하는가? 이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립하지 않고서는 한국에서의 대안무역은 그 정체성정립과 사업의 방향수립에 걸림돌로 항상 자리하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제3세계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이 생산한 물건들에 대해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여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사업인 대안무역(fair trade)에 정성과 힘을 기울인다는 아름다운가게 정관 전문에서 보듯 Producer가 아닌 Buyer로서 그 활동을 정의하고 있다. 이 활동의 기반에는 물론 한국 관계자의 권익에 피해가 가지 않는 몇 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2년 동안 대안무역 활동을 해오면서 빈번히 듣는 질문중의 하나가 대안무역 상품으로 인해 우리 농부들이 혹 피해를 받지 않겠느냐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안무역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중의 하나인 것 또한 사실이다. 초두에서도 언급했듯 대안무역은 커피와 같이 한 지역에서는 풍부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세계대안무역 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식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제3세계에서 쉽게 생산되는 것들이고, 또한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이 중단되다시피 한 것들이다. 즉, 설탕, 코코아, 바나나 등과 같은 열대식품이거나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수공예품등이 그 주요 대상이다. 무엇보다도 상기에서 열거한 식품들의 경우 플랜테이션(Plantation)이라는 노동력 착취의 대표적인 노동형태와 중간유통과정에서의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다국적 기업의 행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름다운가게의 대안무역은 한국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식품, 설사 생산된다 하더라도 소수의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한 이익을 착취하는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의 상품들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태국등지의 쌀이 공정한 무역거래를 통해 그 지역 농부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생태적 환경을 담보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수입리스트에는 결코 포함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포함될 일은 없을 것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국적 상황과 올바른 대안무역의 방향에 대한 정립 등이 선행된 후 현행의 자유무역시장에 대한 항의운동이자 정당한 도전장으로서의 대안무역의 출발점을 제시하면 세 가지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비판의 대상인 적에 대한 치밀하고도 정확한 분석을 근거로 한 적절한 자료의 확보이다. 나아가, 올바른 전망과 정책을 제시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시민단체의 간사로서이든 일반 개인으로서든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고 주장하는 우리의 모습은 유리알처럼 투명해야 하고 행동에 대한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함을 뚜렷하게 인식해야 한다. 셋째,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정하게 사는 법을 알게 하고, 윤리적인 소비형태가 곧 나의 권익과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 직접적인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강령에 근거해 활동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의 대안무역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태국의 Thai Tribal Crafts(이하TTC)의 2004년도 연간보고서(Annual Report)를소개함으로써 대안무역의 작은 성과를 잠시 보여주고자 한다.

TTC는 태국의 북부지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삶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대안무역 수공예품을 생산하는 시민단체이다. IFAT(International Fair Trade Association)의 멤버로서 대안무역의 기본강령인 환경보호, 동등한 취업기회, 소수민족의 문화존중 등을 실천하고 있으며 Karen종족을 비롯하여 10여 종족 이상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대 수입국인 프랑스(약6천7백만원)를 비롯 15여 개국으로 수출하는 동시에 내수판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2003년 아름다운가게가 방문하여 샘플을 구입한 비용 이외 2004년도 TTC의 총매출(약2억5천만원) 가운데 비록 적은 분량(약2백7십만원)이지만 일조를 하였고 대안무역의 선진국가인 스웨덴, 스페인, 스위스 등의 국가보다도 비중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도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한 총매출이 한때 약2억6천만원대까지 올랐으나 그 성장속도는 현재 잠시 주춤한 상태이고 그 결과 2004년도 매출이 전년도인 2003년에 비해 3.61% 하락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TTC활동의 미션은 소수민족들의 안정적인 직업 확보를 통한 삶의 질 개선이기에 무엇보다도 매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이를 최우선 과제로 수행하고 있다. 매출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첫째, 창고에 저장되어 있는 과생산 수공예품을 해소하고 둘째, 과비용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기존의 마켓을 적극 활용하여 매출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셋째, 내수시장을 넓힘으로써 외국에 의존적인 형태를 지양하고자 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TTC에서 주로 자수와 관련된 수공예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 소수부족은 TTC주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3명의 정직원 여성과 100여명의 여성들에게 부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수준이 낮은 여성들에게 세계대안무역 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전통기술을 익히게 하고, TTC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고용과 더불어 작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체운영을 가능케 하는 기초적인 회계정리법, 간단한 사업운영 방안 등을 지원하고 교육한다. 이 부족의 전년도 총매출액은 약1천2백만원으로서 TTC의 총매입액의 5%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생산자단체의 연간보고서에서 대안무역 활동이 시사하는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점검해 보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라 생각된다. 우선, 세계경제구조에서 소외된 제3세계, 그중에서도 여성은 더욱 소외되어 있고 심지어 악습인 가부장제에 의해 헤어날 수 없는 극심한 차별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남녀평등을 저변에 깔고 있는 대안무역은 지금껏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제3세계 여성들에게 일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인식케하고 남편이나 아버지에 의해 통제되고 운영되던 경제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인가를 깨닫게 돕는다. ‘여성이 깨어야 세계가 변한다.’는 아주 근본적인 명제가 지금 이 시간에도 대안무역이 진행되고 있는 제3세계 각 현장에서 활발하게 실천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시사점으로는 잘못된 길로 끝없이 내달리고 있는 세계경제구도를 이런 작은 단체들의 부단한 노력들이 모여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안무역 시장이 세계자유무역 시장의0.1%의 마켓쉐어도 차지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낙관이라고 혹자는 이의를 제기하겠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환경과 인권에 관심을 두고 나아가 직접 몸으로 실천하는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대안무역의 두 번째 소비국인 영국의 경우를 들면, 시민의 96%가 상품에 정확한 정보가 실리기를 원하고, 시민 82%가 기존의 상품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표명했으며, 62%의 시민은 자연분해 또는 미생물분해가 되는 물질이 제품의 원료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80% 이상의 시민이 개발도상국(제3세계)의 국민을 도울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는 사실 등에서 대안무역이 급속하게 시민의 인식차원을 넘어 실천의 장으로서 자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co-op의 자료)

지금껏 대안무역의 발생근거에서부터 한국적 대안무역의 정체성 정립을 위한 행보, 대안무역을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의 활동과 전망을 비롯 대안무역활동가로서의 역할, 한 생산자 단체의 연간보고서를 통한 대안무역의 주요한 가치 몇 가지를 짚어보았다. 세계화의 본래 의미는 모두가 지구촌 이웃이라는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정보와 교통의 고속화를 공유하며 이를 통해 전 인류의 행복과 복지를 앞당기고자 하는 의지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본래의 의미가 변색되어 힘있는 자가 가난한 자를 더욱 억압하고 착취하고자 하는 폭력행위의 강력한 무기로 전락해버린 사태는 안타까움을 넘어서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여러 방면에서 다각도의 시각과 방법들을 시험하고 적용하며 멸망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리는 폭주기관차를 멈춰보려 애쓰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적 패러다임과 실천모색’중 특히 여성의 무한한 잠재성으로 새로운 대안적 세상을 제시하고자 하는 이번 워크숍에서도 다양한 가능성들이 토론되어지고 제시되어져서 급기야는 효과적으로 적용되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한국의 대안무역, 철저한 실천적 연구와 뚜렷한 지향점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부정적세계화에 대해 대안무역이 긍정적세계화를 일궈내는 도구로 자리매김 해야지 대안(代案)으로만 끝나는 공허한 의견으로 남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계대안무역의 핵심을 요약하는 한 문장을소개함으로써 이글의 마무리를 대신하고자 한다.

“대안무역은 자선이 아니다. 대안무역은 진지한 사업이다!”
(Fair trade is not charity, it’s a serious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