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여러 차례 ‘네트워크 사회’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선교적 교회는 성육신하신 주님의 모범을 따라 성령의 감동을 통해 보내심 받은 곳의 상황과 필요에 응답하는 신앙적 실천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시대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고 전파하는 삶이다. 선교적 교회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동화되는 것이 참여함으로써 세상과 분리되지 않고 동시에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증언한다.

중심부로 향하는 선교 패러다임은 이미 종언을 고했다. 서구 1세계 중심의 선교사 파송은 이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교회들의 성장과 부흥으로 인해 그 흐름이 역전되었다. 특히 한국은 세계 2위의 선교사 파송국이 된 지 꽤 오래되었다.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였던 유럽의 나라들은 이제 제3지대에서 파송된 선교사들과 이민자들을 통해 새로운 기독교 전통과 문화를 만나고 영향을 받는다.

선교적 교회는 지역사회의 주민들을 동원하고 전도하는 것보다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교회의 구성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지역의 건강한 발전과 공동체적 연대성을 고양하기 위한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기도 한다. 도서관, 카페, 문화강좌, 복지사역 등을 통해 중앙집권적 리더십이 아니라 평신도 사역을 통한 하향적 네트워크 사역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

20세기 후기부터 시작된 정보화 혁명과 기술발전은 인간의 삶을 네트워크 기반으로 전면 개편하고 있다. ‘네트워크 사회’에 대해서는 여러 학자들과 사상가, 저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미래 사회의 가장 명확한 특징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중 특히 마뉴엘 카스텔(Manuel Castells)는 이 분야 독보적인 전문가인데, 기업이나 조직을 관리하는 이들에게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인문학 분야에도 간학문적 연구를 위해 중요한 발판을 놓고 있다.

21세기 벽두에 출판한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The Rise fo the Network Society)에서 그는 “사람들은 점차로 그들이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그들이 누구인가 혹은 그들이 무엇을 믿는가에 기초하여 의미를 정리한다.”라고 전제하는데, 이 상황에서 개인은 파편화된 네트워크 사회의 도구주의의 전략적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운명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이 현상은 지구적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구조의 개편을 주도하고 있다.

이른바 ‘신경제’는 네트워크 기반의 생산성 성장과 네트워크 기반의 지구화를 토대로 재구조화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새로운 개발양식을 주도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구적인 불평등 사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 네트워크 사회의 확연한 실체는 ‘네트’ 공간, 즉 가상공간에서 활성화됨으로써 이전의 윤리적 주제들이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흐름의 공간’이 이 세계에서는 단일한 중앙집권적 통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으로부터 자본의 자유와 시계로부터의 문화의 탈출은 새로운 정보기술에 의해 결정적으로 용이해졌으며, 네트워크 사회의 구조에 뿌리를 내렸다.”라고 보고, 선형적이며 불가역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예측 가능한 시간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전혀 다르게 제공되기 때문에 시간의 영원성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더욱 고취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구조는 개방적이고 무한확장이 가능한 결절들의 집합으로 권력관계의 개편과 사회적 혁신을 가능케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아와 사회관계의 존재론적 관계 양상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간의 통제와 권력의 흐름에서 벗어나 ‘흐름’ 자체의 권력이 재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은, 직선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역사를 조망하는 교회에게 선교전략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문화적 자율성을 무한히 누리게 될 이 시대에서 선교적 교회는 어떻게 하나님의 선교를 전망할 수 있을까?

네트워크 사회에서의 선교

영국 성공회의 교회개척 공식보고서 <선교형 교회> (Mission Shaped Church)는 이 보고서를 채택하게 된 중요한 동기 중 하나가 네트워크의 힘에 대한 각성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보고서 역시 카스텔의 주장에 기대어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장소보다는 ‘흐름’이 더 중요하기에 장소 중심의 교회개척 전략은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카스텔은 시간성의 변화에 주목했는데, 영국 성공회는 네트워크 사회가 던지는 장소성의 변화에 더 주목했다.

이 보고서는 지역사회가 점차 네트워크 사회로 변화되고 있고, 동시에 사람들은 지속적 공동체 형성에 관심을 별로 갖지 않는다는 두 상반된 현상에 교회가 새롭게 대처해야 함을 주장한다. 그래서 네트워크 형태의 교회 개척은 시대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며,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사이에서 감당해야 할 선교적 실천이 긴급하게 요청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제 교회는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들과 동반자적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제 장소 중심의 교회 개척이나 시간 중심의 교회 개척 모두가 변화를 맞이해야 할 때가 되었다. 반드시 거룩한 물건들과 신비한 분위기의 예배당만이 교회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일요일에만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만이 교회라고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교구교회의 본질이 영역이라면, 네트워크 교회들은 아예 경계가 없다. 모든 정체성이 관계 속에서 해명되며, 지역사회의 관계망이나 탈지리적 관계망 모두 교회의 배경이 될 수가 있다.

현재 영국 성공회의 교회개척 운동인 Fresh Expresstions of Church는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안에서 사회적 자본을 확장하고 소규모 공동체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 흩어진 사람들을 가능한 시간에 가능한 공간에서 만나 교제하고 성경공부를 하거나 예배를 드리는 모임이 수 없이 개척되고 있다. 경계를 없애고 네트워크 정체성을 향하여 성육신하는 교회의 선교적 실천을 과감하게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선교적 교회 운동을 북미에서 본격화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GOCN(Gospel and Our Culture Network) 역시 네트워크로 결성되면서, 그 연구의 결과로 대럴 구더(Darrel L. Guder)가 편집하여 출판한 『선교적 교회』 (Missinoal Church) 역시 북미의 상황을 네트워크 사회로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에 교회의 선교가 응답해야 한다고 말한고 있다.

이 책의 해설서라 해도 좋을 『선교적 교회론의 동향과 발전』 (The Missional Church in Perspective)에서 반 겔더와 샤일리(Van Gelder & Dwight J. Zscheile)는 “선교적 교회의 지리적 초점은 오늘날 공동체 삶의 비지리적 특성을 고려함으로써 보완되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교회가 문화에 대해 선교적 관계를 가지려면 복합적이고, 다양하고, 서로 중복된 문화의 그물망과 네트워크, 그리고 사람들이 특정한 현장에 참여하는 경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이제 교회는 가상 공동체를 포함하여 개인이 복수의 정체성에 관여된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선교해야 한다. 교회공동체에 대한 집중적인 헌신을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들이 여러 복합적인 네트워크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목민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공동체는 그 유동성을 기반하여 새롭게 제공되는 정체성이 중요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변화와 선교

한국사회의 네트워크 양상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현장 중 하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정보화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그 정보의 처리 수준도 수준급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카스텔의 논지에 따르면, 네트워크 사회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아서 자칫 그 문화적 특성보다는 자본주의의 소비적 집중도가 더 고조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고, 엘리트나 기득권 층의 새로운 자본축적 구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매우 불안한 네트워크 사회라고 봐야 한다. 분단상황이라는 한계,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빈부격차 등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노동성과 효율성 저하로 인해 생산성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카스텔은 한국사회가 여전히 재벌과 권위주의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재벌 네트워크의 강력한 힘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단지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 역시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사회적 유연성과 문화적 자율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대형교회들 간의 네트워크의 힘이 중소형 교회들의 협력을 압도하고 있다. 교회 내부의 의사소통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교적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으며 권위주의적 태도가 젊은이들로 하여금 교회를 등지게 만드는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선교적 교회의 기치를 들고 지역사회의 네트워크와 협력하고 소형 교회들 간의 연대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교회들은 문화적 유연성은 물론이고 교회의 경계를 장소와 시간 안에 고정시키지 않고 있다. 카페에서 모이는 교회들은 이제 더는 ‘이상한’ 교회라는 눈총을 받지 않아도 될만큼 많아졌다. 또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삶의 문화를 제안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들도 제법 많아졌다.

예컨대 화성시에 위치한 ‘더불어 숲 교회(담임 이도영 목사)’는 지역사회의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화성 의제 21’과 생태문제를 논의하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공정무역 교실을 운영하며, 지역단체들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일에 회중이 함께 참여하면서 선교적 교회의 여정을 활기차게 진행하고 있다. 개척 초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지금은 지역 네트워크들과 협력하면서 회중들의 신앙적 지평도 크게 확장되었다고 이도영 목사는 말하고 있다.

한국의 교회들이 네트워크 사회에 대응하는 선교적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의사소통 문화의 변화이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네트워크 간의 소통을 통해 정체성을 획득한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회중들이나 사역자 모두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한국사회의 물리적 환경은 네트워크로 보일 수 있지만, 네트워크의 문화는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 소통을 극복하기에는 더 시간이 필요한 상태이다.

선교적 교회는 ‘흐름’의 시대임을 자각하고, 이러한 유연한 의사소통의 문화를 선교적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회중들의 복합적 정체성에 기반한 다양한 의사소통의 채널을 인정해야 한다. 선교적 교회는 하나님께서 이미 네트워크 기반의 사회에서 일하고 계심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나님은 하나님나라의 문화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롭게 소통되기를 원하신다. 장소와 시간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교회의 선교적 삶이 필요한 시대이다.

성석환-교수
장신대 교수(기독교와 문화)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 서울시문화재단 이사.
장신대 교수(기독교와 문화)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
서울시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