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봉담에 뿌리내린 10년의 시간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특별한 행사를 할 수도 성대한 축하를 나누는 일도 어려웠다. 더숲 식구들이 마음을 모아 우리가 나누려던 축하의 식탁을 난민의 빵으로 노숙자를 지원하는 나눔의 식탁으로 전달하고, 축하행사 대신 기금을 만들어 이웃을 위한 공유 냉장고와 쌀독, 그릇도서관에 마음을 모았다.
지난 주 공유냉장고가 들어오고 나서 하루에도 몇 번 씩 냉장고를 쳐다본다. 봉담에서의 삶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척하고 장만한 새 냉장고였다. 지난 십년간 무슨 물건이 필요하든 먼저 안 쓰는 물건을 수소문하고, 다시 디자인하고, 쓸모와 수명을 더하기 위해 애쓴 걸음이었다. 그러나 이웃을 위한 냉장고와 모두를 위한 찬장은 얻어가는 느낌이 아니라 선물받는 기분이었으면 한다고 마음을 모두어 새 냉장고를 장만해 주셨다. 냉장고 옆에는 작은 선반과 찬장이 놓이고, 쌀이 그득히 담긴 공유 쌀독도 자리했다. 울 교회 권사님 한 분이 40여년 전 시집 올 때 가져오신 귀한 옹기 항아리를 정성껏 씻어 이웃을 위한 쌀독으로 내어주셨다. 교회에선 식사를 못해 쌓인 쌀포대로 이웃을 위한 쌀 항아리를 그득히 채워주신다.
공유냉장고 사업이야 화성시나 수원시 곳곳에서도 하지만 우리는 또 하나의 냉장고를 관리하는 일이 엄두가 안나 몇 달 째 생각만 했지 선듯 실행에 옮기지 못하던 일이었다. 더숲 식구 중 탈북자로 어려운 정착 과정을 겪으신 한 분이 이웃을 위한 일이라면 내가 맡아서 하고 싶노라고 귀한 마음을 내어주셔 시작할 수 있었다. 새 냉장고도 닦아야 한다고 베이킹 소다와 식초로 깨끗히 씻어두고, 조금씩 물건이며 음식이 쌓이기 시작했다. 할머니 댁에서 따온 단감 100개를 이웃들이 오가며 종이봉투에 담아가시도 하고, 늘 오면 아이들에게 뭔가를 사주고 가는 요한씨도 선물받듯 한 두 가지를 챙겨가셨다. 공유냉장고에 안쓰고 쟁여둔 소금이며 차를 가져다 두고, 시댁에서 보내주셨다며 공유해 주신 생선으로 맛난 밥상을 차리기도 하였다. ‘이웃의 맛’이었다. 아직 처음이라 서로 어색하고 어찌 해 가야 할지 조심스럽지만 더불어숲 입구에만 와도 가져갈 먹을 거리가 있고, 무언가를 두고 갈 나눔의 공간이 생겨난 것 만으로도 마음이 부요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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