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아리셀 참사 시민추모제”에서 발언하였습니다>
대책위에서 발언을 부탁하셔서 “화성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시민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권사님 8분과 진영자매 그리고 제 아내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산재유가족회 “다시는”에서도 참여해주셔서, 태안발전소에서 희생당한 고 김용균 청년 어머니의 발언도 들었습니다.
유가족의 한 서린 절규도 들었습니다.
정확히 소개를 듣지 못해 기억나지 않는데, 아버님을 유통센터 참사에서 잃은 한 참사피해자 유가족회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오늘 아리셀 희생자 유가족 한 분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보고 싶어서 어떻게 견뎠어요?’
저는 이렇게 답했어요. 예수님 붙들고 겨우 살아냈다고요.
하나님의 공의를 위해 저는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습니다.
끝까지 버티시고 힘내십시오.”
많이 놀랍습니다.
이런 집회에서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리셀 희생자분들 대부분이 중국동포분들이고 여성분들이며 기독교인들이라고 들었는데 아마도 큰 위로와 힘을 얻었을 것 같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긴 이야기는 하지 못했고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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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화성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가족분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원통하십니까? 그 아픔을 도대체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이리도 참담한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리셀 화재 사건은 단지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수많은 구조적 문제들이 중첩되어 일어난 중대재해 참사입니다. 우리 사회가 위험사회가 아니라 안전사회였다면 화재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또한 노동자들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사회는 정부마저 공공성을 책임지지 않고 국민의 안전마저 시장에 내맡기는 위험사회입니다. 오직 효율과 수익을 위해 작동하는 위험사회에서는 돈이 없거나 위치가 낮을수록 생명의 가치는 제로에 가까워집니다. 이익은 위로 가고 위험은 아래로 분배됩니다. 경제적 양극화보다 심각한 것은 위험의 양극화입니다. 아니, 경제적 양극화가 위험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힘이 없는 사람들이 자꾸 죽어나가고 중대재해가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정부와 기업은 위험을 책임지지 않고 위험을 외주화하고 이주화합니다.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참사의 위험 속에서 노동을 하고 계십니다. 주로 등록이주노동자와 미등록이주노동자 그리고 동포들께서 이 힘든 일을 책임지고 계십니다. 이분들의 노고가 없다면 이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을 존중하고 안전을 지켜주기는커녕 극한 위험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원청업체에서 파견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불법파견이 일상화되고 있고 파견업체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산업재해보험이나 4대 보험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원청업체는 안전교육을 하지도 않고 매뉴얼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리셀 화재 당시 희생자분들은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해서 희생을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겁니까?
희생자분들께서 얼마나 당황하셨고 얼마나 두려웠으며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우십니까? 저는 하나님이 이 고통소리를 듣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억울하게 죽은 아벨의 핏소리를 들으시고 가인을 심판하셨습니다. 아벨의 피는 모든 소외되고 억압받는 자들의 피맺힌 절규요, 총체적 죄악으로 인해 상처입거나 무고하게 죽어간 자들의 응어리진 한이요, 억울함을 풀어주고 이 악한 세상을 바꿔달라는 하나님을 향한 호소이며 탄원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무고한 자들의 핏소리를 들으십니다. 결코 그들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잊지도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이들의 탄원을 받으시고 그것을 해결해주시는 의로운 재판장이요 심판자이며 그들을 위해 싸우는 용사이십니다.
악한 자들은 책임지지 않기 위해 그 피를 감추려하고 죄를 은폐하려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반드시 악을 드러내고 공의로 심판하십니다. 이사야서 26:21 “보라 여호와께서 그의 처소에서 나오사 땅의 거민의 죄악을 벌하실 것이라. 땅이 그 위에 잦았던 피를 드러내고 그 살해당한 자를 다시는 덮지 아니하리라.” 에스겔서 24:8 “내가 그 피를 맨 바위 위에 두고 덮이지 아니하게 함은 분노를 나타내어 보응하려 함이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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