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12월이면 약속처럼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마켓, 어제 마켓이 시작되자 마자 여기 저기서 나눔의 선물들이 도착합니다. 장롱을 털고 아름다운 수작업 창고를 털어 가지고 온 보물과 작품들이 이내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어 하루 종일 더불어숲은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제일먼저 달려오신 손님은 건물 청소를 하시는 할머니 세분, 며칠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장이 열리자 마자 오셔서 이것 저것을 사시고는 가는 길에 천원을 따로 주십니다.
“저도 16년째 어려운 아이 후원하고 있는데 몇년은 통장에 만원이 없어 못했어요. 그래도 이웃을 돕는다니, 작은 마음이라도 보태고 싶어요” 먹을 것을 챙겨드려도, 작은 선물을 건네어도 완강하게 거절하시며 사신 물건만 검은 봉투에 담아 내려가시다가 문득 인사를 건네십니다. “늘 깍듯이 인사 해 주고, 챙겨주어 고마워요. 우리도 다 다른 교회 다녀요” 그 말에 무언가 마음이 아련해집니다. 유난히 힘든 큰 건물 화장실 청소, 내 집처럼 깨끗이 치워주시는 청소 할머님들, 또 수위아저씨들.. 어느새 7년을 이 건물에 머물지만 민원 한번, 불평 한번 안해 준 이웃들… 그런 마음의 공간이 있어, 이 작은 공간에서 이렇듯 복닥거리며 작은 희망의 씨앗들 뿌려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분주한 가운데 4층 농아인협회에서 1월에 여는 총회에 교회 주방과 본당을 써도 되는지 물으러 올라오셨습니다. 뷔페 대신 떡만두국을 끓여서 나누고, 이웃과 윷놀이도 하며 하루 종일 함께 하는 귀한 자리, 편하게 내 집처럼 쓰시라 공간을 내어드리니, 내년엔 수화 수업도 같이 해 보자 제안주시네요. 이 건물 안에 머문지 7년, 한 걸음씩 이웃 되어온 작은 걸음들 그것이 참 소중한 선물임을 매만져보는 날들입니다
김익중 교수님의 탈핵강의를 듣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이번 주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촘촘하게 흐르는 하루하루. 손끝에 힘을 주고 바투게 매듭지어가는 한 해의 끝자락입니다.고산의 길들을 지나듯 조금 벅찬 걸음들….그러나 이 농밀한 시간을 에스프레소처럼 즐길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어제부터 시작된 더불어숲 크리스마스 마켓의 풍경 나누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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