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에서 화성 봉담까지 주일마다 먼 길 오가시는 광수샘..
한달 전부터는 성가대봉사까지 시작하셔 가장 일찍 도착하곤 하신다
주일, 성가대 연습이 끝나고 예배 직전 가까이 오시더니 조용히 물으셨다.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 귓속말로 할까요..?”
“뭔데요…” 웃으며 일어나 사무실로 들어가니 조심스레 청을 하나 건네신다.
“저, 혹시 성탄절에 목사님 댁에서 하루 묶을 수 있을까요?”

성탄 전야 행사를 참석하고 담날 성탄절 예배도 드리고 싶은데
늦은 밤 서울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일이 고될 까닭이었다.
“그럼요” 흔쾌히 감사 인사를 건네고 나니 어수선한 집을 치울 걱정이 앞섰다.
기실, 교회를 개척하고 마을일을 돌보며
페어 라이프에서 삶은 점점 ‘폐허’ 로 변해가는 12월의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성탄이 어김없이 오고, 12월 24일 광수선생님이 다시 내려오셨다.
똑똑 살며시 문을 열며 빨간 봉투에 담긴 두장의 성탄 카드를 건네셨다
“어젯밤에 한시까지 썼어요”
우리 두 사람에게는 한 통의 편지를, 슬빛이에게 한 장의 카드를 적으셨다.
“슬빛이에게”
“광수 아저씨 줌”
새해엔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북돋워 주시는 어른의 카드였다. 또박 또박 손글씨로 적어주신 카드를 읽다가 그 어떤 선물보다 마음이 묵근해 졌다.

“저한테는 빅이슈와 더불어숲을 만난 일이
삶의 큰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드디어 성탄전야 행사
몇주전부터 준히하신 성탄절 시낭송을 위해 지난해 빅하모니때 입으셨던
멋진 셔츠와 나비넥타이까지 준비해 무대에 오르셨다.

제목은 “고통뒤에 얻은 기쁨”
민들레 문학교실에서 삶으로 시를 쓰는 법을 배우며
올해 수술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얻은 기쁨을 적으셨다 했다.

시 속에 담긴 웃음과 울음을 함께 나누고
예년처럼 이어지는 아기들의 성탄 노래
청소년부 아이들의 기특하고 발랄한 순서들이 오가고
어른들의 꽁트까지 함께 배꼽을 잡은 후 집에 돌아왔다.

늦은 밤
치킨 한마리를 사 들고 들어가
마루에 앉아 따뜻한 치킨을 먹는 풍경이 서로에게 낯설다.
조그마한 가루라도 떨어지시면 바로 정리를 하시고
수건 한장도 바르게 걸어두시는 깔끔함에 감탄하니
어깨를 펴며 자랑을 보태신다
“책을 펴 놓을때도 예쁘게 펴 놓으려 노력해요”

4년여 노숙을 하셨던 을지로 입구역에서
빅판으로 일한지 어느새 2년…
새해엔 고시원 생활 8년을 접고 임대 아파트에 들어가실 소망과
넓어질 집의 청소걱정도 두런 두런 나누었다.

함께 한 집에서 하루를 묶고
아침 밥상에 앉은 성탄절 아침.
따끈한 동태찌게에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우시더니 툭 말씀을 건네신다
“누군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며
아침을 먹는 건 십년도 넘은 일일것 같아요…
작년 성탄절에도 혼자 고시원에 있었는데… ”

함께 집에서 나와 성탄절 예배를 마치고
점심까지 맛나게 먹고 서울로 올라가시는 길
다시 인사를 건네신다.

“성탄절 다운 성탄절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버스 정류장까지 아저씨를 배웅하며
그 인사를 건네야 하는 사람은 우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먼길을 내려와 함께 예배하는 광수 아저씨가 계셔서
가끔 소식도 없이 찾아와 함께 예배하고 밥상을 나누는 창현 어머니가 계셔서
우리교회가 매주 우리에게 오시는
그리스도를 함께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그 거룩한 이웃이 우리를 찾아와 주셔서
우리가 비로서 이웃의 자리에 온전히 설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배우는 복된 성탄..

하늘에는 영광을

땅 위에는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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